0. 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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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뮌헨 -> 볼차노 이동, 기차로 약 5시간 정도.

2) 볼차노역에 짐 보관 후 카레짜 호수 먼저 다녀옴, 근데 중간에 버스가 날 두고 가서 고생함.

3) 버스표가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한 번 타보면 운전 기사님 생명 수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1.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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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로미티 지역 버스 표는 버스 탑승 후 현금 구매 가능하다.

2) 볼차노 기차역 보관소에서 6유로에 짐 보관 가능하니, 카레짜 호수를 바로 다녀오는 것도 좋다.

3) 돌로미티 지역 버스들은 배차 간격이 길기 때문에, 놓치지 않게 열심히 손 흔들며 버스를 잡자...

4) 볼차노역 화장실은 유료, 카레짜 호수 화장실은 무료. 카레짜 호수로 이동할 예정이면 조금만 참아보자.

 

2. 여행기

뮌헨에서의 마지막 아침.
한인 민박은 조식을 꼭 먹어야한다고 했다...
김밥 한 줄에 부침개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아침을 든든히 채우고 출발.

세상 어느 기차역이든 터줏대감은 비둘기다.

이 역의 역사가 대한민국의 역사보다 길다니...
노이슈반슈타인 성 덕분에 바이에른의 역사에 대해 부분적으로나마 배워간다.

오래된 역이라 세월이 느껴지지만, 밤에는 무서운 형님들이 마약이라도 파는 것 같아보여 무섭지만,

지저분하고 화장실도 1유로 내야하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정취가 있다.

내가 타야할 기차는 뮌헨(독일)에서 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를 거쳐 볼로냐(이탈리아)까지 간다.
그 덕에 기차에 타고 있는데 로밍 통신사가 계속 바뀌고 외교부 문자는 매번 갱신 되고...

이탈리아 북부 기차 노선을 정리하다보니, 평소 별 관심 없던 볼로냐의 이름이 참 많이 보인다.
어디로 향해도 볼로냐 / 피렌체 둘 중 하나를 거쳐야만 남부로 내려갈 수 있는 느낌.

막상 이번 여행 중 볼로냐는 계획에 넣지 않았는데, 뒤늦게 후회했다.

 

알프스를 넘는 구간만 3시간이 넘는데, 기차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만큼 멋진 풍경이었다.

다만 끔찍했던 점은 2등석도 사전 좌석 예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내가 몰랐다는 점인데...
그 덕에 첫번째로 열차에 탑승하고도 빈자리를 찾아 한참 헤매야만 했다.

그리고 더 끔찍했던 건, 부피가 내 두 배는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힘겹게 와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제발 저 사람만 아니어라 기도했는데, 꼭 그러면 운명처럼 찾아오더라...
문자 그대로 살이 흘러내려서 팔걸이를 지나 내 몸을 덮길래, 견디지 못 하고 맞은 편 빈자리로 도망쳤다.

 

사실 참고 인내하며 10분 정도 고민하고 있을 때 맞은편 자리의 할아버지랑 눈이 마주쳤다.

책 읽다가 잠시 고개를 드신 타이밍이었는데, 웃으면서 자기 옆자리를 툭툭 치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바로 이동.

정작 내 옆자리 아저씨는 이미 잠들어서 내가 움직이는 줄도 몰랐고, 내가 막지 않으니 어느새 옆자리까지 전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볼차노역에 13:30 정시 도착했고, 기차역 짐 보관소에 캐리어를 맡긴 후 14:07 카레짜 호수행 180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기차 지연을 염두에 두고 오후 계획을 비웠는데, 도착할 즈음 시간표를 검색해보니 딱 맞을 것 같아서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래서 잠시 고생해서 짐을 맡긴 후 버스 대기 줄을 서있는데, 왠걸... 나 빼고 사람들이 죄다 표를 들고 서있는 게 아닌가.
당연히 버스에서 사는 줄 알고 있던 나는 내 앞의 한국인 모녀 분들께 여쭤보았고, 그 분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근데 하필 기계가 고장이라... 방황하다 다시 여쭤보니 안내소에서 왕복권을 미리 구매하셨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기계는 50% 확률로 고장나있다.

로마 떼르미니역의 티켓 발권기조차 절반은 고장나있는 것이 현실...

 

버스 정류장 바로 뒤편에 보이는 안내소.
현금이 없다면, 미리 필요한 구간의 표를 사두는 것도 좋다.

 

급히 뛰어가서 편도 4.5유로, 왕복 9유로에 탑승권 구매 완료!
지역 협약(?)에 가입된 숙소는 무료 교통 카드도 받을 수 있다던데, 난 볼차노 시내의 저렴한 아파트먼트라... ㅎㅎ

그리고 이후의 여정에서 알게 된 건데, 그냥 버스에서 현금으로 구매해도 된다. ㅠㅠ

 

버스 타고 가는 길에 창 밖 구경하기.
볼차노에서 카레짜 호수 정류장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가는 길 풍경도 정말 이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
오... 와...

이쁘다. 이쁜데...
내가 사진 속에서 본 것보다 수위가 좀 많이 낮다...?

호수 둘레길은 20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코스다.
이 근방으로도 리프트가 제법 많고, 다른 지역으로 이어진 트래킹 코스도 존재하는 것 같다.

아니 사실 돌로미티 지역 전체가 다 길로 이어져있는 만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도 외국인 어르신들이 걷는 모습을 찾을 때가 있다...
심지어 리프트 타고 올라가다보면 내 아래로 보이는 수풀 속에서 나오는 어르신들도 있다.

 

저 분들은... 어째서 저 길에... 어디서 어디로 가시는 걸까...?

 

한 바퀴 가볍게 돌고 오니 외국인 어르신들이 트래킹 마무리하고 단체 체조중.

낭만 그 자체...

이탈리아 돌로미티 카레짜호수에는 엑스칼리버 대신 다리미가 꽂혀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인어 동상이라고 한다.
마법사가 반했던... 어쩌고 하는 전설이 있다는데, 수위가 낮아진 탓에 보이는 듯 하다.

평소에는 잠겨있다고 함.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지하 통로.
동굴 같은 곳을 들어가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점 : 화장실 무료

1시간이면 카레짜 호수를 둘러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16:03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이없게도 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쌩~ 지나가버렸다. 나를 비롯한 기다리던 관광객들 모두 벙찜. 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오늘은 하루가 잘 풀린다 했다.

볼차노역 짐 보관소가 6시까지 운영하는데, 다음 버스를 타면 볼차노역에 빨라야 6시 정각에 떨어진다.

한숨 쉬고 근처 카페에 택시 전화 번호를 받아왔는데, 연결이 안 된다...
아저씨 글씨가 너무 악필이라 내가 잘못된 번호로 연락한 걸까...

결국 짐 보관소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니, 10분 정도 기다리는 건 아무 일 아니라고 웃으며 밝게 얘기해주셨다.

기다리는 중 중국인 가족분들도 나랑 똑같은 처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현지인들도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데, 그 분들도 유창하지 않아서... 발만 동동 구르시더라.

내가 미리 전화해서 연락해두었으니 다음 거 타고 가자고 하니 그제서야 편하게 앉아서 쉬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동아시아 - 그것도 붙어있는 두 나라 사람이 서로 이역만리의 영어로 소통하는 모습이 뭐랄까...

웃프다는 심경이 이런 걸까?

 

그렇게 버스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뛰어와서 되찾은 내 캐리어...
베이스캠프 돌로미티, 압도적 감사...!
구글맵 평점은 불친절하다며 낮던데, 나는 바로 5점 남겼다.

 

체크인 하고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 먹고 아무 것도 안 먹었다.
그래서 하루치 식사를 한 번에 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자 1/3을 남기고 포기...

아, 이탈리아의 진짜 카르보나라는 크림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걸 나이 서른에 처음 알게 되다니...!
예전엔 토마토 베이스만 줄창 먹고 다녀서 이걸 몰랐다.

이제 하루를 마무리 하고~
내일은 오르티세이 - 세체다 - 산타 크리스티나 - 셀바 - 참피노이 라는 루트를 가볼 예정이다.
생각보다 오래 걷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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