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3줄 요약
1) 아침에 늦잠 자서 한 시간 늦게 출발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일정이었음.
2) 세체다는 오전 일정으로 돌아보기 딱 좋은 정도의 구간.
3) 오르티세이 - 세체다 - 산타 크리스티나 - 셀바 로 이어지는 하루 일정도 추천.
1. 꿀팁
1) 버스 배차 간격이 긴 만큼,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자. 구글맵의 시간표가 꽤 정확하다.
2) 길을 걸을 때는 구글맵을 너무 신뢰하지 말자. 방향과 위치 정도만 참고하는 게 좋다.
3) 돌로미티 서부 지역을 짧게 방문할 때는, 수퍼 썸머 카드 1일권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2. 여행기
분명 전날 내가 세웠던 계획은,
6시 28분 버스를 타고 오르티세이에 도착해서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을 즐기는 것이었는데...
눈을 뜨니 이미 7시가 거의 다 되었고, 부랴부랴 뛰어나가 겨우 7시 28분 버스를 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안내소에서 버스표를 사야하는 줄 알고 뛰었던 나는, 줄어들지 않는 줄에 초조했고...
근처에 서계신 할아버지께 물어보니, 버스에서도 표를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이탈했다.
버스 정류장에 정확히 7시 26분에 도착해서 헉헉 거리고 있는데, 아니...
30분이 넘어도 버스가 안 와...
결국 사진에 남은 것처럼 7시 34분에 온 버스에서 현금으로 표를 사고 탑승했다.
안 뛰어도 될 뻔 했어...
세체다를 오르면 0도에 가까우니 두껍게 입으라는 말에 여행 중 진짜 처음으로 두껍게 입었다.
평소라면 반팔 + 반팔 셔츠 정도인데... 반팔 + 후드티 + 경량패딩까지 입었으니.
근데 볼차노는 산 아래 분지 지역이라 그런지 아침에도 18도에 가까운 따뜻한 날씨였다.
하... 버스 탔을 때 땀범벅일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어제 카레짜 호수를 갈 때보다 표가 조금 더 비싸길래, 이게 현금가라 비싼 건지 구간에 따라 다른 건지...?
궁금한 마음에 다음에는 인포에서 사서 비교해봐야지, 라고 적어두었다.
지나고보니 그냥 다 똑같은 가격이고, 버스에서 직접 사면 현금으로만 구매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버스에서 내려 몇 걸음만 걸으면 이렇게 세체다 리프트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근데 하필 내가 오는 날엔 고장이냐... 시작부터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기.
리프트를 올라가면 이렇게 마을 전경이 보인다.
급하게 나왔더니... 이 시점에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져서... 0.5유로짜리 화장실로 직행.
근데 나올 때 내 물통을 화장실에 두고 나옴 ㅎ
그걸 왜 리프트에 타고나서야 떠올리는 걸까...
돌로미티 수퍼 썸머 카드는 1day 56유로로 굉장히 비싸다.
결제할 때는 살짝 멈칫할 정도의 가격인데, 막상 리프트 몇 개 타보면 그래 이 정도는 받아야지... 싶다.
오히려 저렴했으면 리프트 탈 때 불안했을 거 같아.
본인이 탈 리프트의 개별 가격과 가르데나 카드, 수퍼 썸머 카드 등의 가격을 비교해서 구매하면 된다.
나는 이틀만 이용할 계획이었고, 개별 리프트 매표 합산 가격이 56유로는 넘길래...
수퍼 썸머 카드 1일권을 2번 구매하기로 했다.
리프트를 한 번 타고 올라가면,
조금 더 아찔하게 생긴 두 번째 리프트를 만날 수 있다.
리프트 같이 탄 귀여운 친구. 왼쪽에 살짝 보이는 팔을 보면 알겠지만...
저 아저씨는 그냥 아예 반팔만 입고 출발하신다...
내가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이 정도는 거뜬하지~ 하고 웃기만 하신다.
아주머니는 옆에서 그냥 고개만 절레절레 저으심 ㅋㅋㅋ
이렇게 리프트를 다 올라가면,
눈앞에 이런 절경이 펼쳐져있다.
잠깐 포토 타임.
잠시 둘러보고, 아침을 먹을 곳이 없나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산장을 발견해서 바로 들어갔다.
슈트루델에 래들러 한 잔.
느긋하게 앉아서 경치 구경도 좀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COL RAISER 리프트까지 15분... 이라는 것 같은데, 저 방향으로 리프트가 안 보이더라고...
표지판에 적힌 시간 시간 표시는 아무래도 마라톤 선수의 달리기 속도 기준인지, 실제 내 걸음과는 꽤 차이가 났다.
나도 걸음이 느린 편이 아닌데... 남티롤 또한 게르만 영역인 만큼, 저게 이 동네 평균인 걸까...?
가끔 이렇게 길 번호를 알려주는 돌이나 표지판을 만나곤 한다.
근데 나는 지도도 없고, 길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그냥 타야할 리프트 이름만 알고 출발했을 뿐...
그래서 사실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다 ㅎㅎ;
마지막 표지판을 만나고
리프트 앞 산장까지 도착했다.
입간판을 자세히 보면, "with beef from our farm!" 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오... 굉장히 건강하고 신선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해.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내려가는 리프트를 탔다.
세체다 리프트를 9시 반 정도에 타고 올라갔는데, 콜라이저로 내려올 때 거의 1시가 되었다.
길을 좀 더 다양하게 걸어보지 못 한 것은 아쉽지만, 적당히 오전 시간 정도를 할애하면 딱 맞을 듯 한 구간.
다음 리프트를 타기 위해 산타 크리스티나에서 셀바 마을로 건너가는 길의 이쁜 경치 구경.
좋아, 외길이니까 표지판 반대로 가면 되는 거겠지?
마을 풍경도 정말 이쁘다.
쓰레기 미끄럼틀... 층마다 살짝 열린 공간으로 넣으면 지하까지 떨어져 내리는 형태.
이 동네에서 여기 밖에 못 본 신기한 구조물이었다.
30분 정도 낮은 오르막길을 오르니, 셀바 마을에 도착했다.
어려운 코스가 아닌 만큼, 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단 경치 구경하며 걷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을 입구에서 조금 더 걸어서 ciampinoi 리프트에 도착!
올라가서 사쏘룽고의 뒷모습만 잠깐 보고 내려올 예정.
리프트 앞에는 산장이 있는데, 이제 비수기라 그런지 음료만 팔고 있었다.
여기서 점심 먹을까 했는데... 주린 배를 붙잡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길처럼 생기진 않았는데, 뷰포인트라고 적혀있으니 일단 올라가본다.
와... 뷰포인트 맞네.
아무도 없는데, 신기하게도 한국인 가족 분들과 만났다.
내 사진도 한 장 찍어주셨다.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가족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제일 아름다워보인단 생각이 든다.
내가 저 아래 협곡 쪽에서 올라왔구나...
이 방향의 끝으로 쭈-욱 가면 돌로미티 동부 지역이 있겠지?
언젠가 거기도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려와서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라자냐에 사과주스 한 잔.
영업 중인 가게가 없어 겨우 찾아 들어갔는데, 꽤 만족스러웠다.
배가 부르니 다시 기운이 나서, 마을 반대편의 리프트도 타보기로 했다.
Dantercepies 리프트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읽어본 기억이 없는데, 많이 유명한 코스는 아닌가?
그래도 시간이 남으니 뭐든 더 타보면 좋겠지~ 싶었다.
리프트가 진짜 길다... 진짜진짜 길다... 중간에 한 번 꺽어서 올라오느라 중간 기착지까지 있다.
정상에는 이렇게 이쁜 산장이 있다.
여유 있는 카페 라떼 한 잔.
산장 옆으로는 다른 지역으로 이어진 길이 있는데... 저긴 가면 정말 못 돌아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애초에 방향이 내가 온 곳과는 정반대다... 저긴 어떤 곳일까?
정말 사방이 길이고, 어디를 걸어도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지는 동네.
몇 주, 몇 달을 머물면서 이리저리 걷는 분들이 많다는 게 하루 만에 이해가 된다.
아쉬운 마음에 잠시 걸어서 중간 기착지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좋아, 이제 돌아가야지. 리프트 막차 시간이 다가온다.
셀바 마을에서 오르티세이로 가는 350번 버스 시간표.
생각보다 빨리 왔다.
대충 숙소 앞 마트에서 스파게티 면, 라구 소스, 치즈를 사다 때려부어 만든 저녁.
나가기 너무 귀찮았어...
돌로미티에 3박 4일 밖에 배정하지 않은 건 좀 아쉬운 선택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일찍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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